저세상 개발자 2023. 7. 10. 21:12

21년 말 입사 후 지금까지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다. 일이 많이 바쁘거나 힘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좋은 분들이 계신 팀에 가서 업무 적응도 잘했고 현재는 신규 프로젝트로 바쁘지만 딱 할만한 정도의 바쁨이다.

 

일을 시작하면서 느낀 점은 학생때와 달리 하루하루가 정말 아무런 이벤트가 없이 지나간다는 점이다. 일을 제외하면 정말 아무런 이벤트가 없다. 주말에 일부러 시간내서라도 무언가 하지 않으면 이대로 금방 늙어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래서 작년에 있었던 몇 안되는 이벤트라도 기록해두어야겠다. 미래의 내가 궁금해할테니까.

 

1. 22년 여름엔 운동을 나름 빡세게 했다. 이 때 물놀이 한 사진을 보면 몸이 꽤 괜찮았던 것 같다. 지금은 이 때만큼 의욕이 있지는 않아서 운동 횟수도 줄고 몸도 물렁해졌다 ㅋㅋ

 

2. 연애 공백기 1.5년만에 다시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반년만에 다시 돌아왔다. 나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을 만나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도 많았지만, 정말 힘들었던 연애였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많이 돌아보게 되는 연애였던 것 같다.

 

3. 처음으로 제주도를 다녀왔다. 좋았다. 정말. 그래서 22년 말에 친구들과 한 번 더 갔다. 두 번째 갔을 때는 한라산도 등반해서 정상에 백록담도 보고 왔다. 올라갈 때 비맞으면서 정말 힘들었지만 올라가서 뿌듯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올라가고싶다. 근데 그 때는 좀만 더 여유롭게.. ^^

아 그리고 처음 제주도 갔을 때 거의 처음으로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도 했다. 카카오 여름 물놀이 지원세트(?) 같은거 지원받아서 발리볼이랑 튜브같은거 가져가서 놀았다. (전) 여자친구가 참 좋아했다.

 

4. 처음으로 건강검진을 받았다. 약식으로 하는 시력/청력/피검사 이런거 말고. 정확히는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어쨋든 좀 더 다양한 검사를 받았다. 이 때 수면마취도 처음 했고 위내시경도 받았다. 결과 받아볼 때 내 몸에 이런 특징들이 있었구나 싶어서 신기했다. 이 때가 필수 검진인 줄 알고 이 때 건강검진 받았던 건데 알고보니 23년이 필수 검진해였다. 그래서 23년에 또 받았다.

 

5. 처음으로 호캉스를 다녀왔다. 회사 지원으로 워커힐을 2박3일 다녀왔는데 정말 좋았다. 이래서 돈을 벌어야하는구나 느끼게된 계기가 되었다.

 

6. 클라이밍을 시작했다. 클린이인데 재밌어서 클라이밍화도 샀다. 근데 이 클라이밍화는 한 번밖에 쓰지 못하고 먼지가 쌓여있다는 슬픈 전설이 있다.

 

7. 회사에 놀금이 생겼다. 격주로 금요일 쉬는 제도였는데 작년 중순부터 올 초까지 운영되다가 월 1회로 바뀌었다. 이 때 놀금마다 클라이밍을 갔다. 

 

8. 아토피가 심해졌다. 어릴 때 이후로 사라졌던 아토피가 20년 말부터 이직준비로 무리하면서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었는데 이게 괜찮아졌다가 다시 22년 말부터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이번엔 증상이 너무 심해서 지금도 병원을 열심히 다니고 있다. 클라이밍 갈 때마다 눈에서 진물이 나서 클라이밍도 못가고 있다...

 

이제부터는 23년에 있었던 일이다.

 

1. 반얀트리를 다녀왔다. 원래 전여자친구랑 가려고 예약했던건데 헤어져서 혼자 다녀왔다. 좋긴했지만 적적했다. 반얀트리 치킨이 맛있었다.

 

2. 신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입사 이래 계속 레거시 코드만 만지다가 팀에 드디서 신규 프로젝트가 생겨서 올 초부터 계속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요즘 꽤 바쁘지만 재미가 있고 욕심도 생긴다. 잘 마무리하고싶다.

 

3.  전세집을 보러 다녔다. 4월부터 본격적으로 전세집을 알아보고 다녔다. 결국엔 아직도 나가지 못했지만 그 이유는 후술하겠다.

 

4.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뭐 다른 친척들 껴서 놀러간거 말고(이것도 거의 없었지만) 처음으로 가족끼리 여행을 다녀왔다. 제주도로 다녀왔는데 부모님이 엄청 좋아하셨다. 가족여행은 부모님을 위한 시간이지 나를 위한 여행은 아니라는 얘길 들은 적 있는데 정말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아서 나중에 나 혼자 다시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려고 한다.

 

5. 두 번재 건강검진을 받았다. 사실 작년 건강검진 이후 1년도 안됐지만 올 해가 건강검진 필수라고 되어있길래 그냥 일찍 받고 왔다. 작년에 대부분 검사 한 부분들이 많아서 이번에는 최대한 겹치지 않게 다양하게 검사해봤다. 살면서 머리도 한 번도 안찍어보기도 했고 내 머리가 어떻게 생겼다 궁금하기도 해서 뇌 CT 촬영도 했다.

 

6.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위에서 말한 건강검진에서 뇌 CT 촬영 결과, 우측 전두엽에 2.3cm 정도의 저음영 병변이 발견되었다는 소견서를 받았다. 이걸 들고 상위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서울대학병원에 가장 빨리 예약되는 교수님한테 예약했고 김민성 교수님한테 진료를 받았다.(약 한달 기다렸다.) MRI를 찍었고 저등급(양성)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MRI찍고 진료 보는 것까지 또 한달 기다렸다.) 교수님이 개두수술로 종양을 제거해야한다고 했고 이걸 전문으로 하는 교수로 담당자를 바꿔주면서 다음 진료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

 

뭐 이렇게 살고 있다. 적다보니까 생각보다 이벤트가 좀 있었구나 싶다. 개두술만 안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수술 받기 전의 나와 수술 받은 후의 내가 다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있다. 갑자기 지난 2년간의 일을 정리한 것도 이것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다. 허허. 일어나지 않은 일을 벌써 걱정할 필요는 없지. 수술 잘 받고 얼른 일상으로 복귀해야겠다.

 

악성이면 진짜 저세상 개발자가 되어버릴 뻔 했던 저세상 개발자가. 그럼 이만.